이 게시판에는 원래 공지글이 하나 있었습니다.
2022년 1월, 제가 처음 입문했던 당시
진입 장벽이 높고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아 곤란했던 것들을 모아
뉴비가 쓴 뉴비 가이드를 작성해 공지에 올려뒀었죠.
약 4년 이상 홈페이지를 운영해오며
해당 가이드는 약 20만 뷰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가끔이지만 데뷔한 아이돌 분들께서도
처음 이 씬을 접했을 때 그 글이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주시기도 했었습니다.
언젠가는 리뉴얼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일이 바빠 미루고 있었는데
최근 친구가 그래도 가이드는 있는 게 좋겠다고 하여 2026년 버전을 쓰게 되었습니다.
큰 틀에서는 이전과 비슷할 것 같아요.
#1. 지하 아이돌
지금은 '라이브 아이돌' 혹은 '인디 아이돌' 등의 명칭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지하라는 단어는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의 직역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릴스나 쇼츠, 각종 유튜브나 커뮤니티 사이트 등의 편파적 게시물에 의해 형성된
지하 아이돌이라는 용어에 부정적 이미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디와 언더그라운드가 가지고 있는 저항의 정신은
인디 씬에서 몹시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지하 아이돌이라는 단어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이 글을 읽고 있고 있는 사람이라면
지하 아이돌이 대략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을 것이라
개념 설명은 간단하게만 하겠습니다.
지하 아이돌은 라이브 아이돌이라고도 하며
(일단 글에서는 지하 아이돌로 쓰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춤과 노래를 무대 위에서 하는
라이브 공연의 현장성과 공연이 끝난 직후
아이돌과 팬이 함께하는 직접 교류가 중점입니다.
보통 메이저 씬에 진출하지 않은 (혹은 못한) 상태로
활동하는 밴드를 인디 밴드라고 하는 것처럼,
인디 아이돌 활동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은 도쿄돔에서 공연을 하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서도 일본 대표 아티스트로서 퍼포먼스 무대를 한 국민 아이돌인
퍼퓸 (Perfume) 역시도 2002년 데뷔한 뒤 인디즈 시절을 거쳤고,
(현재 일본 씬에서 기능하고 있는 '지하 아이돌' 씬과는 거리가 있는 편이지만)
전용 라이브 하우스 없이 여기저기를 전전하면서,
공연을 홍보하기 위해 직접 전단지를 길에서 돌리는 등
힘들고 외로운 시절을 7년 가까이 보냈다고 합니다.
넷플릭스에도 공개된 적 있던 다큐멘터리
<도쿄 아이돌스>에 의하면,
2017년 기준으로 스스로 아이돌이라 칭하는 사람들은
일본 안에만 1만명 이상입니다.
한국에서는 2018년 개최된 ‘집호랑이 축제’(이타페스)가
이 문화를 한국에서 향유한 시초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당시 이타페스의 주최자였던 Andy 님의 인터뷰를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 지하돌 ‘집호랑이 축제’ 기획자 주석찬 “좋아서 하는 아이돌, 액티브한 현장”]
기본적으로, 지하 아이돌 문화는
일본에서 출발해서 발전한 문화라고 보는 편입니다.
때문에 이 문화를 이해하고 즐기는 팬들은 물론,
직접 무대에 서는 사람들 역시도
일본의 오타쿠 서브컬쳐에 익숙한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처음 봤을 때는,
항마력이 부족해서 튕겨 나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극단적으로 카와이함을 추구하는 일본 아이돌 곡의 분위기나,
오타쿠 플로어의 활발한 응원 문화는 일반인 기준에서 여전히 높은 장벽입니다)
#3. 트위터
이런 오타쿠 문화 향유층의 특성상,
지하 아이돌 팬 활동을 위해서는
트위터 가입이 필수적입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현재 활동하는 거의 모든 지하 아이돌은
활발하게 트위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본인이 출연하는 겐바 (現場,げんば : 아이돌이 출현하는 현장. 보통은 행사 그 자체)의
소식이 있을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리트윗을 하거나
직접 홍보를 하기도 합니다.

트위터라는 플랫폼 자체가
팬 활동을 하는 사람들끼리 교류하기에
최적화된 편이기도 하기 때문에,
본인 계정 또는 팬 활동을 위한 덕질계정을
따로 만들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의 계정을 팔로하고,
트윗 알림을 켜 두시면 더 좋습니다.
알림을 켜 둬야 하는 이유는 뒤에서 이야기합니다.
#4. 겐바
덕질용 트위터 계정이 준비되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팬 활동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지하 아이돌의 숫자는
명확환 숫자는 어렵지만,
공연 예약 앱 서비스인 아지토(Azito)에 등록된 아티스트 기준으로 보면
팀 숫자는 약 100개,
활동 중인 아티스트(아이돌) 숫자는 약 350명 이상입니다.
( https://azito.kr/team-list/entire )
크루에 속해 있는 경우도 있고 (보통 ‘운영’이라 칭함)
크루에 소속되지 않고 셀프 프로듀싱하는 경우도
물론 많습니다.
지하 아이돌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어딘가에서 올라온 영상이나 사진 등을 보고
마음에 드는 아이돌이 생겼기 때문일 것입니다.
팀에 따라 다르지만 지하 아이돌들은 평균
월 10회 내외의 공연을 하는 편이며,
(2022년만 하더라도 월 2회 정도였는데)
최근 들어서 많은 겐바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하아이돌넷에 매달 등록되는 겐바 숫자는
2026년 8월 기준으로 월 170개 내외입니다.
아이돌 라이브 씬은 지금도 몹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편입니다.
겐바 일정을 보려면 이 홈페이지 상단의 '겐바 일정' 메뉴를 눌러주세요.

앞에서 좋아하는 아이돌을 팔로우하고,
알림 설정을 하라고 말씀드렸죠?
출연이 확정된 겐바가 있으면,
아이돌이 적극적으로 홍보합니다.
겐바는 보통 100석에서 200석 규모의
작은 라이브 하우스에서 개최되며,
구글 폼을 통한 선착순 예약 시스템을 기본으로 합니다.
규모가 커짐에 따라, 아지토(Azito)나 마이서브 (mysub),
그 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의 플랫폼이나 다른 것들도 있습니다.
입장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겐바는 예약 폼이 뜨면
가능한 빠르게 예약을 완료해야 합니다.
그래서 트윗 알림 설정을 해 두는 것이 중요하죠.
#5. 메아테

메아테는 예약 폼에서 선택하는 지명 시스템입니다.
내가 어떤 아이돌을 보기 위해
그 겐바에 예매를 하는지 선택합니다.
메아테에서 많이 지명된 그룹은 그만큼 공연 입장 수익을
비교적 많이 가져갈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시스템은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아니며,
메아테에 따른 수익 배분 방식을
따르지 않는 겐바도 가끔 있습니다.
수익 배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메아테가 높게 나온 팀들의 경우
공연 주최측에서 다음에도 섭외하려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때문에 예약시 메아테 지정을 하면
특전권 또는 란체키(폴라로이드)를
혜택으로 걸고 홍보하는 팀들도 많습니다.
#6. 겐바 입장료
일반적으로는 폼으로 예약을 할 때,
해당 폼 안에 공연비를 입금할
계좌번호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입금 후 폼을 작성 완료해서 제출하면 됩니다.
(예약만 받고 결제는 현장에서 진행하는 겐바도 가끔 있음)
즉시 결제하는 플랫폼의 경우 바로 결제하면 됩니다.
매진된 경우,
일반적으로는 공연 전날쯤 주최측에서 현매 가능 매수를 트위터로 공지하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의외로 자주 나오는 질문이기도 한데,
보통 2~3만원의 입장료를 내면 메아테 지정한 한 팀만이 아니라
공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특전회 (물판) 참여까지 가능합니다.
#7. 블레이드
이미 여러 번 가 본 사람들은 블레이드(LED 응원봉)를
휘두르고 있겠지만, 사실 응원봉은 옵션입니다.
처음부터 꼭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익숙해지면 그 때 사면 됩니다.

보통 대섬광 블레이드 300 (大閃光ブレード300)을
많이 사는 편입니다.
혹은 킹블레이드 X10을 사기도 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담당색이 나오기만 한다면
사실 모델은 뭐든 상관없으니 아무 것이나 사면 됩니다.
저도 두 자루 사서 겐바 갈 때마다
지금도 열심히 휘두르고 있습니다.
있으면 놀기 불편하다는 분들도 계시긴 하지만,
생각보다 무대 위에서 플로어는 잘 보이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내가 어디 있는지를 알리고 싶다면 하나쯤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8. 물판
무대 위에서의 공연이 종료되고 나면 모두 퇴장합니다.
퇴장 후 다시 바로 입장 줄을 섭니다.
(입장번호 순인 경우도 있지만, 별도의 통제가 없으면 선착순)
보통 10~15분 정도 내부에서 회장을 정리하고,
물판 (물품 판매회, 혹은 특전회) 준비가 완료되면
다시 입장하죠.
공연 후 물판은 지하돌 수익 활동의 핵심입니다.
작은 규모로 진행되는 지하 아이돌 공연의 특성상,
공연 그 자체로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편이며
물판에서 수익을 창출합니다.
또한 아이돌과 직접 사진도 찍고,
짧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으니
반드시 참석합시다.
사진을 찍을 때 포즈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요청하면 됩니다.
가끔 법규 또는 쌍법규 포즈를 요청하거나
오타쿠를 글자 그대로 '밟는' 포즈를 요청하더라도
스스럼없이 응해주시는 분들이 있지만
전부 가능한 건 아닙니다........
굿즈를 판매하는 아이돌도 있지만,
대부분은 란체키 (미리 찍어둔 폴라로이드 사진) 판매나
핀체키 (원하는 포즈, 혹은 아이돌 마음대로 촬영)
투샷체키 (지정 멤버와 함께 촬영),
단체 체키 (멤버 전원과 함께 촬영)
숙제 체키 (보통 투샷으로 촬영한 다음 데코를 부탁하고, 언젠가 데코가 끝났다고 아이돌이 알리면 찾아감)
위주입니다.
특전권을 해당 아이돌의 부스에서 구매해서
줄을 서면 됩니다.
좋아하는 멤버와의 교류를 정해진 시간동안 진행하고
다시 뒤로 가서 줄을 설 수 있습니다.
이것을 '루프를 돈다'고 합니다.
#8-1. 체키 촬영
지하돌 물판의 특징은,
누구에게나 시간만큼은 공평한 자원이라는 점입니다.
'마토메'라고 하는 옵션으로,
자기 차례에 체키 여러 장을 찍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체키 세 장을 찍는다고 해서 일반적으로 90초로 산정되는 교류시간이
270초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3장의 체키에 싸인을 포함한 데코를 해야 하니 조금 길어질 수는 있겠죠.
체키를 한 장이라도 더 갖고 싶다면 마토메가 몇 장까지 가능한지 스태프에게 문의하면 됩니다.
#9. 친절한 오타쿠
이 정도의 내용만이라도 끝까지 읽었다면,
적어도 와서 공연을 보고 좋아하는 아이돌과
체키를 찍는 것까지의 어려움은 크게 없을 것 같습니다.
큰 마음 먹고 방문한 현장에서 궁금한 것들이 있으시다면,
주변의 오타쿠를 아무나 붙들고 질문하면 됩니다.
처음 갈 생각을 하고 긴장한 여러분들께서는 잘 모르실 수 있지만,
어떤 문화든 뉴비가 행복해하는 것을 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에서의 오타쿠들은 대부분 뉴비에게 친절합니다.
그러니 부담 가지지 말고,
'오늘 처음 와서 잘 모르는데 좀 물어봐도 괜찮냐'는 말을 건네주세요.
어쩌면 앞으로의 든든한 동지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2022년 작성했던 뉴비 가이드를 일부 수정했습니다.
더 궁금하신 부분이 있다면,
편하게 댓글을 남겨주시면 최대한 자세히 답변드릴게요.
부족한 홈페이지를 방문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먼지 드림
